카운트 다운 Countdown (창작 AU)
ㅤ창작 AU ;ㅤ카운트 다운 Countdownㅤ
그 밤, 물에 담긴 별은 찬란했는가
딱 50일만큼의 수명이 남은 신이치...
오른쪽 손목에는 숫자가 새겨지고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 숫자가 카운트 다운된다 숫자가 0에 다다르는 순간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드물게 가빠지는 숨과 객혈로 알아챈 신이치는 자신의 죽음보다는 남겨질 어느 한 사람에 대해 생각해. 죽음에 가까워졌다고 해서 시노에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뀌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 물론 조금 더 다정해지고 부드러워질 것 같긴 해. 때로는 신이치답지 않게 나름의 어리광이나 색다른 애정표현을 보일지도 모르지. 시노에도 눈치가 나쁜 편이 아니라 신이치의 이런 자잘한 변화들을 바로 눈치챌 거고.
짓궂은 농담을 마구 내뱉으며 재잘거리던 입은 점점 달싹이는 일이 줄어들고, 깊은 생각에 빠져 멍 때리는 모습을 보이는 일이 잦아진 신이치였지. 중요한 업무가 있나? 하고 생각하기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불안감에 시노에도 답지 않게 애쓸 거야⋯ 하루는 시노에가 먼저 무겁게 입을 열었으면 좋겠다. 네가 사라지는 꿈을 꿨어. 하고... 예지몽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하며 덧붙이는 말에 신이치는 찰나의 침묵에 이어 계약 기간은 한참 남았는데요. 하고 평소처럼 픽 웃어 보일 것 같아. 시선이 꽂힌 곳은 시노에지만 정작 자신이 보고 있는 건 시노에가 아닌 너머의 무언가였을 테지...
크게 티는 안 나지만 시노에는 상당히... 예민한 사람이라 작은 것도 캐치해내기 때문에 신이치의 교묘한 변화에 꽤나 불안해하지 싶어. 혹시 내가 질렸나? 너무 답답하게 굴었나? 싶은 생각에 여느 때처럼 신이치가 차로 태워다 주던 날 웬일로 먼저 말을 던진다 ⋯기간이 끝난 후에도 너랑 함께하고 싶다고 하면... 곁에 있어줄 거야? 하고. 밖에서는 소나기가 내리고 시노에의 시선이 꽂혀있는 곳은 신이치가 아닌 자기 자신 바로 옆의 창문. 잠깐의 침묵에 이어 나름대로 긍정하는 신이치의 대답에 시노에는 고개를 돌리고 신이치를 보는데 시노에의 얼굴엔 신이치의 대답과는 달리 조금의 긍정도 기쁨도 없는 어딘가 찝찝한 표정만 남아있어. 무시하고 싶은 감각에 사로잡혀 인상이 조금 찌푸려진 채로 신이치를 쳐다보다 말고 태워다 줘서 고맙다며 차에서 내리는 시노에...의 기분은 불쾌하다기보다는 속상하다에 가까웠지. 자신을 보는 신이치의 시선에서 신이치가 자신이 아닌 너머의 무언가를 보고 있음을 시노에도 느꼈을 것 같아. 신이치가 보는 것을 자신이 볼 수 없음에 속상해하는... 아니 어쩌면 같은 풍경을 보았기 때문에 울적해지는 시노에겠지. 이별을 직감하는 일은 참 괴로운 일인 것 같아.
D-1이 되는... 신이치가 죽기 하루 전날, 시노에가 먼저 말을 걸어와. 마침 스케줄도 비는데 잠깐 바다 보러 가지 않을래? 하고.
여전히 바다를 참 좋아하시네요.
응. 맑은 날 밝은 시간에 보는 풍경이 더 좋긴 하지만⋯.
지금은 밤인데요?
⋯상관 없어. ⋯⋯보러 갈 거야?
시노에 씨가 바란다면.
대화가 마친 뒤 둘이 향한 곳은 당연히 바닷가였어.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주 찾던 곳과는 다른 장소의 바다라는 점과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 정도였지. 문명의 불빛을 뒤로하고 어수선한 날것의 풍경을 마주하는 두 사람... 언제나처럼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시노에가 갑자기 신발을 벗고 한걸음 두 걸음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 신이치가 그런 시노에를 조금 놀란 듯 쳐다보면, 양 무릎을 바다에 내놓고 치마는 살짝 걷어 올린 채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을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살피며 시노에가 입을 열었지. 입에서 나온 말은 참으로 생소했어.
인어의 진주에는 인연을 맺어주는 힘이 있대. 다음 생도, 그 다다음의 생도··· 무한한 인연을 맺어주는 만큼 합당한 대가를 가져간 대나 봐. 시노에가 말을 멈추자 신이치는 짤막한 맞장구를 뱉어. ...그렇군요, 다음은요?
한 호흡, 두 호흡... 뜸을 들이던 시노에가 다시 입을 열어. 현세의 삶을 대가로 한다면······. 말을 흐리다 다시 침묵하는 시노에를 보며 신이치가 작게 물음표를 띄우면 시노에의 뒷모습에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 시노에 씨? 하고 신이치가 부르면 시노에는 대답 없이 고개만 푹 숙이다 힘겹게 말을 이어갔지.
현세의 삶을 대가로 한다면... 지금의 우리도 차생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을까?
물기 가득한 얼굴로 신이치를 향해 돌아보는 시노에는 위태롭게 웃어 휘날리는 머리카락들 사이로 보인 뒷목에 적힌 숫자 00···. 신이치의 눈에 선명히 각인된 분명하게 자리 잡은 일란성의 기호들······. 놀랄 틈도 없이 성큼성큼 다가온 시노에가 신이치의 손을 잡고 제 뺨을 감싸며 울더라. ···신이치, ·····사랑한다고 말해 줘.
꾸역꾸역 흐르는 눈물과 일렁이는 시노에의 목소리에 답지 않게 말을 잃고, 놀란 눈으로 그저 시노에를 쳐다보기만 하는 신이치를 보며 시노에가 애원하며 울어. ··· 미안해. 마지막만큼은 너랑 함께 있고 싶었어. 이기적이어서 미안해···. 거스를 수 없는 것을 제 앞에 두고 마지막으로 발버둥 치는 시노에를 보며 신이치는 잠깐 미간을 찌푸리고, 침묵과 함께 묵직한 숨 하나가 쓰러지고서야 신이치는 입을 열어.
···믿음이라는 건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미신 같은 것엔 흥미 없지만, 오늘은 믿어보고 싶네요.
덧붙여서 사랑한다고 속삭여오는 신이치의 숨결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시노에는 죽음 앞에서 단 하나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었지. 아쉬워질 틈도 없도록 서로를 껴안은 둘은 서로를 담고 순간의 영원을 만끽해... 오른쪽 가슴엔 상대의 심장 소리를 담고, 왼쪽 가슴엔 자신의 심장이 박동하는 것을 느껴. 서로의 마음이 공명하는 소리와 울림, 그 일련의 화음이 다시 외로워지기까지 정말 금방이었지.
12시 정각과 함께 신이치는 형체 없는 소리를 들어. 그건 아마··· 수명이라는 환청이겠지. 생각보다 조용한 죽음을 맞은 시노에와 끌어안고 있는 육체라는 껍데기를 통해 신이치는 영혼의 무게를 실감해. 자신의 품에서 최후를 맞은 시노에를 응시하며 신이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고개를 숙이게 만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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