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파랑을 삼키는 법 (인어 AU, 미완)

Text/AU 2021. 6. 5.

MERMAID AU ;How we swallow blue

Whose language is the wave

 파도는 누구의 언어인가 

 

인어 AU (전생) → 오리지널 서사 (액터주)

 


인간 왕자 신이치 x 인어 공주 시노에

 

바다에 빠진 신이치를 구해주는 건 당연히 인어인 시노에... 겠지 육지로 건져 올려주고 인공호흡도 해줬는데도 미동이 없길래 죽었나 싶었다가 신이치가 눈을 뜨는데 둘이 눈 맞고 5초간 멍 때리다가 혹해서 키스 해버렸으면 좋겠어... 인어의 신비로움과 달빛에 은은하게 반짝이는 피부, 청초한 모습... 뚜렷한 이목구비와 깔끔한 외모... 서로가 서로에게 첫 눈에 반했다는 말이 딱일 것 같아.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린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조금 오랜 시간 눈을 맞추고 얘기를 나눌 것 같아 물론 시노에는 인간인 신이치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서로의 마음이 공명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느꼈어. 둘은 서로의 첫만남을 잊지 못할 것 같고... 서로를 기억하기로 약속했어 별빛을 머금고 일렁이는 바다와 달빛에 반짝이는 시노에의 모습을, 이질적이지만 따스함을 머금고 있는 문명의 불빛과 그것을 뒤로하고 달과 같이 시리도록 하얗던 신이치의 모습을. 둘은 오늘날의 우연은 언젠간 필연의 형태로 자신들을 이어주리라 믿고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겠지.

 

둘은 그 우연을 필연으로 이루어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기다렸지. 신이치는 시노에가 육지로 올라오기를, 시노에는 신이치가 자신을 찾아오기를. 신이치는 자주 시노에에게 인간이 구축한 지혜의 산물을 시노에게 보여주었고 시노에는 인간의, 그리고 신이치의 세상을 배워가면서 자신의 세상을 넓혀가기 시작했어. 이로 인해 눈과 귀가 트이기 시작한 시노에는 신이치가 뱉어내는 활자들을 하나 둘 인식하기 시작했고 어느날부턴가는 인간의 언어를 뱉어내겠지. 길지는 않지만 분명한 의미를 담은 ‘단어’의 형태로 말이야.

 

*** 

 

인어는 바닷 속에서만 사는 생물이니만큼 빛에 대한 면역력이 많이 없지 싶어 햇빛에 약해 화상을 입기 때문에 낮이 아닌 밤이 되어서야 겨우 만날 수 있겠지 마치 밀회의 형태로.,, 신이치는 자신의 세상에서 인어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기 때문에 만나는 것에 조심스러웠을 거야 인어와는 달리 인간에게는 각자의 인생이 있으니까 점점 바빠져서는 시노에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 것 같고...

 

신이치를 만나고 시노에는 많은 걸 배웠겠지 어쩌면 보다 많은 감정을 느낄수 있게 되었을지도 몰라 신이치의 부재로 시노에는 외로움을 이해하고 고독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소식도 없이 사라진 신이치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지쳤는지 어느날부턴가는 시노에 역시도 육지에 올라가지 않게 되었지 그렇게 소리소문도 없이 이루어진 둘의 만남은 이별도 침묵의 형태로 이어졌어.

 

한 번은 미련을 가진 시노에가 마지막으로 육지에 다시 올라가 바닷가에 놓인 예쁜 목걸이를 발견해 시노에의 눈동자를 닮아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아쿠아마린의 목걸이. 시노에가 바다에서 지내는 동안 신이치도 시노에처럼 미련을 좇아 그곳에 들렀을 것 같아 자신들의 재회를 기리는 이별의 증표로 그 목걸이를 두고 간거겠지... 시노에는 그 목걸이를 보고 깨달아 신이치는 자신들의 우연이 필연이 되어 이어지길 바랐고 지금의 이별마저 필연으로 받아들인거라고. 하지만 시노에의 생각을 달랐을 것 같아 신이치가 두고 간 그 목걸이를 보고 시노에는 생각해 이 목걸이는 우리의 재회를 위한 또다른 운명과 필연의 소재라고. 

 

신이치가 남기고 간 목걸이를 차고 시노에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 무한한 전진을 위한 한 걸음의 후퇴. 언젠간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그리움이 될 곳. 마지막으로 피부에 닿을 이 물결의 온도와 빛깔을 한껏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헤엄쳐 이윽고 어느 한 곳에 도달해. 그리고 그곳에서 시노에는 마녀와 계약을 하게 되겠지. 자신의 목소리를 담보로 한 미래와, 신이치를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기 위한 두 다리를 얻는 계약을.

 

* * *

 

스스로의 힘으로 인간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돈의 개념을 익힌 시노에는 신이치를 만나기 위한 여정을 하는 도중 어쩔 수 없이 목걸이를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돼.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상인에게 목걸이를 내밀자 상인은 목걸이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는 다시 제게 돌려줘. 소중한 사람이 준 물건은 소중히여기라는 말과 함께... 의아한 시노에가 상인을 따라 목걸이를 둘러보자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보석, 아니 팬던트의 뚜껑이 열리며 안에 있던 반지가 눈에 들어와 마찬가지로 시노에의 눈을 닮아 참 아름답고 맑은 아쿠아마린이 박힌 반지였겠지. 홀로 낯선 세상을 떠도느라 지치던 시노에도 그 반지를 보고 한층 외로움을 덜어내면서 다시 의지를 굳혀.

 

* * *

 

쫓기고 쫓기던 둘은 처음 만났단 바닷가의 절벽에 내몰리게 돼. 탕, 하는 소음과 함께 고막이 마구 진동하고, 고막의 진동에 맞춰 심장은 점점 크게 울려대. 소음의 근원을 찾을 새도 없이 시야에 들어오는 신이치의 붉은 어깨, 붉은... 그래, 붉은 피. 투둑, 투둑 바닥에 떨어지는 박자에 맞춰 뒷걸음질 하던 신이치가 삐끗하더니 땅으로... 아니, 절벽 밑으로 사라져. 떨어지는 순간에 마주친 그 눈동자에 포효할 틈도 없이 익숙한 손길이 시노에를 끌어 당겼어. 뒤이어 탕, 탕 하고 들리는 두어번의 소음과 풍덩, 하고 울리는 굉음. 익숙한 온도와 촉감에 눈을 뜨면 어느새 신이치도 자신도 푸르게 바다에 젖어들고 있었어. 평생 푸를 것 같던, 변함없을 것 같던 그 파랑을 붉고 붉게 물들이는 신이치의 모습에 시노에는 직감해. 마지막이라고, 진정한 이별이라고.

 

적어도 죽음만큼은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다, 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노에는 자신의 진주를 입에 물고 신이치이게 입을 포개었어. 까드득 하던 소리에 뒤이어 꿀꺽 하는 소리가 신이치를 기나긴 안정으로 이끌었지. 천천히 눈을 감아가는 신이치를 보며 시노에는 기도해. 이 진주의 가호를 간절히 바라고 바라며, 다음생에도 신이치를 만날 수 있길......

 

* * *

 

있지, 인어는 심장이 두 개래. 왼쪽 가슴에 파묻힌 붉은 생명력과, 작고 딱딱한 보석에 갇힌 새하얀 생명력. 인어의 생명력은 축복이 되어 서로 사랑하는 한 쌍의 인연을 오래오래 이어줘. 다음생, 다다음생의 인연까지 말이야. 하지만 그 하얀 생명력은 인간에게 매우 치명적이라서, 현재의 삶을 댓가로 받아갈 뿐더러, 다음생의 운명에 간섭하는 크나 큰 힘이기 때문에, 인어의 희생도 함께 받아간대나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의 영혼은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어쩌면, 어쩌면 바다는 인어의 영혼이 잠든 인어의 무덤이 아닐까?

 

바다로 떨어지는 순간 시노에가 죽음으로의 이별을 직감했듯이, 신이치도 시노에의 진주를 통한 다음생의 사랑을 기약했을까?

아직도... 아직도 그곳엔 날카로운 파도 소리가 들려. 쏴아아 하고, 수많은 애틋함과 염원을 담은 물거품들이 파도가 되어 바스라지는, 흩어진 운명의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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