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데이트 (애뢰님 cm)

Text/write (novel) 2021. 7. 11.

아마치 신이치 X 오시노 시노에

 

놀이공원 데이트 놀이공원에 간 둘이 보고 싶다. 둘만의 데이트가 아닌 드라마 촬영 때문에 가 게 된 거겠지. 놀이공원은 수많은 엑스트라와 배우 몇 명, 촬영 스텝들을 제외한 다른 손님들은 한 명도 없었을 거야. 사람이 없는 평일이기도 했고 놀이공원을 아예 통째로 빌린 상태였으니까. 규모가 크지 않은 놀이공원에서 찍어야 하는 씬의 수가 유난히 많은 데다가 드라마 자체의 인지도나 시청률도 높고, 비례하게 지원도 아낌없이 해줬으니 빌리는 게 어렵진 않았어. 시노에가 드라마 속에서 연기해야 했던 역은 오늘 하루, 딱 하루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가 자신이 짊어지고 있던 모든 짐과 걱정들을 내려놓고 마냥 행복해하는 여자 역이었어. 그 역은 억지로 떠안게 된 짐들을 내려놓 기보단 외면하는 데에 가까웠고 현실도피에 지나지 않았어서,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었을 때 시노에가 그를 어떻게 생각할지와는 별개로 시노에는 자신이 맡은 역에 완벽하게 이입했지. 언제나처럼 상황을 압도하고 분위기를 장악하는 연기력을 펼치면서 몰입했을 거야.

 

오랜 시간 이어지던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스텝들은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어. 그동안 옷을 갈아입고 놀이공원의 벤치에 앉아 무언갈 고민하고 있던 시노에 는 자신에게 다가온 신이치의 말과 함께 건네진 물을 받았지. 시노에 씨, 저희도 이제 그만 갈까요? 시노에는 다른 때와 달리 망설였을 거야. …신이치. 망설이다 입에 담은 이름 속 담긴 용기가 무색하게 말단 촬영 스텝의 커다란 목소리가 둘 사이로 끼어들었어.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폐장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고 다른 손님들도 없으니 놀다 가셔도 된다고 하셨어요. 가게들은 닫아도 놀이기구는 운영한다니까 폐장 시간에만 맞춰서 나가주세요! 양손날을 입에 댄 채 소리친 스 텝이 다시 소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그 스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신이치의 정장 소매 끝을 잡은 시노에야. 신이치, 저녁에 시간 있어? 아무렇지 않은 척 내뱉는 목소리 아래로 긴장감이 깔려있다는 걸 눈치챈 신이치가 낮고 옅은, 여유로 운 웃음을 흘릴 것 같아. 글쎄요… 따로 잡혀있는 약속은 없네요. 일부러 약속이 있나 곰곰이 생각하듯 짧게 뜸을 들이다 대답한 신이치였어. 그리고 시노에에게 그건 왜 물어보는 거냐고 되묻기 전에 시노에가 선수를 쳤지. 그럼, 여기서 조금 있다 가지 않을래?

 

그럴까요. 놀이공원은 오랜만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시노에 씨가 좀 더 놀고 싶어 하시는 것 같으니까요. 안색이 밝아진 시노에는 신이치의 말이 길게 늘어질수록 미간을 좁히다 눈을 똥그라니 뜨고 깜빡였어. 내, 내가 언제 놀고 싶어 했다고…! 그냥… 너나 나나 일하느라 놀 시간도 없고 넌 일이 있는 게 아니면 놀이공원 같은 곳은 안 갈 것 같으니까. 시노에의 진심이 가득 섞인 핑계를 듣던 신이치의 웃음이 짙어졌어. 시노에가 한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열심히 말하는 것도 귀엽고, 무엇보다 요즘 시노에가 하는 연기가 훌륭했으니까. 뭐, 언제는 아니었느냐 만은. 가끔은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신이치 가 여태 당황스러워하는 시노에를 부를 것 같아. 농담입니다, 시노에 씨. 그렇게 필사적으로 이유를 댈 줄은 또 몰랐네요. 농담이라는 말에 눈만 꿈뻑이던 시노에 에게 손을 건넨 신이치가 또 한 번 말했어. 가고 싶은 곳이라도 정해두셨나요.

 

시노에는 놀이공원을 싫어하지 않아, 관심이 없지도 않고, 따지자면 좋아하지 만 갈 시간도 없고 쉬이 이목이 끌릴 테니 가고 싶을 때 갈 수도 없었지. 그래서 몇 없는 이런 기회에 들뜬 표정으로 놀이공원을 돌아다닐 것 같아. 신이치는 자 신이 따라올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고 여길 정도로 혼자 잘 놀았겠지. 몇몇 놀이 기구는 타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신이치의 말에도 비에 젖은 토끼 같은 속상한 표정 없이 혼자 타고 나온 시노에가 기구에서 내린 뒤, 개운하다는 듯한 낯으로 신이치에게 걸어갔어. 그때 신이치는 시계를 확인했지. 곧 폐장 시간이네요. 그러 게, 오랜만에 오니까 재밌다. 이제 그만 갈까요. 벌써? 몇 번의 대화 끝에 다시 망설이던 시노에가 손끝으로 관람차를 가리켰어. 마지막으로 이것만 타고 가자.

 

마지막이란 말은 어떨 때 참 슬픈 것 같아. 영영 끝이란 뜻이 아닌데도요? 응, 영영 끝이 아니어도. 느린 속도로 올라가는 관람차의 창밖으로 하나둘 불이 꺼져 가는 놀이기구들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시노에와 신이치의 눈에 담겼어. 놀이 기구나 가게들의 불이 꺼져도 여전히 가로등이나 조명은 형형색색 하게 빛을 내 고 있고 놀이공원의 주차장 밖으론 도심의 불빛이 가득해. 창에 손을 대고 있던 시노에가 뒤늦게 밤의 찬기에 기침을 하면 맞은편에 앉아있던 신이치가 정장 재킷을 벗으며 다가왔어. 뭐, 뭐해? 시노에의 물음에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던 신이치가 시노에의 어깨에 재킷을 걸쳐 여며주고는 옆에 앉았어. 다음부턴 더 두꺼운 옷을 입고 나와야겠네요. 이러다 크게 앓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요. 일에 차질이 생길까 봐? 시노에의 말이 불퉁하게 나오고, 신이치는 웃음만 흘릴 것 같아. 그것도 그렇지만 시노에 씨가 아프면 제가 걱정하게 되니까요. 가벼운 농조로 건넨 말의 진의를 알 수 없는 시노에는 신이치의 입에 발린 말을 바로 받아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어. 이런 말에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속으로 되뇌면서. 흘끗 본 신이치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어. 내일은 9시까지 집 앞으로 데리러 갈게요. 응. 나올 때 외투라도 걸치시고요. 알았어. 관람차의 정상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시노에는 오늘 연기했던 역을 떠올렸어. 그리곤 지금 신이치와 함께 하는 지금이 꿈만 같은 날들의 연속이라면, 언젠간 마주해야 할 현실이나 진실이 있을까 아주 잠깐 막연히 생각한 시노에야.

 

 

ⓒ 애뢰(@L0V3andH4TE)

'Text > write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 미래에 서로가 있는 꿈 / ⓒ 애뢰님  (0) 2021.09.19
사랑의 힘  (0) 2021.09.18

공지

방문자 수

  • Today
  • Yesterday
  • Total
03-19 18:53

캘린더

    3 / 202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